Useful Academic Skills in the Industry Context

학계에서 산업계로 뛰어든지 1년 6개월 정도 지나고 보니, 학계에서 있으면서 배웠던 것 중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있고, 도움이 덜 되는 것도 있어서, 비슷한 준비를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서 잊기 전에 몇 자 적습니다.

물론, 학계에서 산업계로 뛰어들 때 걱정이 많았습니다. 일단, 기회를 주신다기에 “해보지 뭐.” 라고 생각은 했지만, 큰 조직을 운영해본 경험이라곤 없어서요. 지금도 좌충우돌하고,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서 근근히 회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도움이 된 것들

눈높이 맞추기

제가 공부했던 분야 (human-computer interaction)의 특성이기도 하고, 제가 산업공학과에 있었던 탓도 있겠지만, 제가 공부하는 분야와 완벽히 같은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만날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공부한 내용을 전공 지식이 없는 분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늘 제게는 어려운 일이었고,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제 학생들과 논문 토의를 할 때에도, 시끄러운 맥주집에서 옛친구들과 만나서, 옛친구가 “그래서, 네가 학교에서 하는게 뭔데?”라고 물었을 때, 어떻게 설명할거야? 하는 질문을 많이 했더랬습니다. 아직도 저 스스로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회사에서는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추어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이 때 사용되는 몇 가지 기법들은 나중에 따로 정리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명확한 단어 정의와 사용

제가 다니는 회사만의 특징일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부서에서 다른 관점으로 일을 하다 보니, 이메일 하나에도 정확한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정확한 단어를 선택, 혹은 정의하고 명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의사소통에 아주 중요하고, 그것이 잘못되었을 때 오해가 생기고, 그로 인해서 일처리가 잘못되는 것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 것 같습니다. 물론, 1. 에서 말씀 드린 것과 같이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현학적인 단어 사용은 지양해야 하겠습니다만, 학계에서 훈련된 단어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사용하는 능력이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과의 의사소통

회사에서도 미팅이나 많은 분들 앞에서 정보를 전달할 일이 있어서, 학교에서 7년간 수업을 했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에는 무척 소심한 성격이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제대로 못했었는데, 전직업의 특성상 수업을 많이 하다 보니, 그런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고, 수업 중에 호흡을 조절한다던가, 청중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을 알아챈다던가, 돌발적이거나 곤란한 질문에 맘을 흐트리지 않고 답변을 드린다던가, 하는 기술을 전직장에서 얻을 수 있어서, 회사 생활 하면서 무척 요긴했습니다.

정보 분석 및 사용

논문을 쓰다 보면, 해당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논거로서 통계적인 데이터나 실험 결과를 이용하고. 또 한 편으론, 논문 리뷰어로서 제시된 자료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다른 요인에 기인한 결과가 아닌지를 따져보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 이 또한 여러 가지 정보가 취합되고 그에 따른 의사결정을 할 때에 도움이 되는 훈련이었습니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서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는데, 편견이 가미되거나 정보 수집 방법에 오류가 있을 때, 그 점을 알아채는데 도움이 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도움이 안되거나 방해가 된 것들

전공지식

전공공부를 한 경력이 있다 보니,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에 제가 읽었던 논문이나 실험결과를 인용하려던 버릇이 입사 초기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연구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연구 결과를 회사의 의사결정에 이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제 전공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적은 수의 피실험자를 통해서 얻은 결과를 다양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 필요한 의사결정에 적용하기에는 맥락도 다르고 고려할 부분이 많습니다. 대충 참이라고 믿을 수는 있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점만 가지고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둘째, “누구누구의 논문에 따르면”이라고 시작하는 의사소통은 제가 말씀드린 1번에 위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이 논문의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 설명을 드릴 수도 없고, “교수님 스타일” 대화법으로 의사소통을 껄끄럽게 하기 쉽상이었습니다.

가르치려는 태도

5번과 일맥 상통합니다만, 늘 가르치는 것을 일상으로 삼다 보니, 함께 일하시는 분들의 말씀을 듣기 보다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저보다 훨씬 많은 시간 해당 분야에서 일을 해오셨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아는 지식과 정보를 가르치려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에는 제가 읽은 책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정보이지만, 가르치려고 들었을 때의 의사소통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고, “책으로 배운 연애”를 하려드는 것과 같은 인상을 동료들에게 줬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고치려고 하는 부분입니다. 정리하면, 학교에서 “내가 이 공부를 해서 산업현장에 어디다 써먹지?” 하는 걱정을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많은 기능들이 지식 노동자의 기본적인 기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보를 습득하고, 생산/재생산하고, 가공하고, 전달하고. 이러한 기초체력은 어떤 일을 하던 중요한 기능이고, 맥락에 맡게 적용을 할 수 있으면 유용한 기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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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on February 19,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