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에서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

아무래도 제 영어가 어눌하고, 제가 가는 학회에서 잘 알려진 연구자는 아직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학회에서 낯선 사람과 말을 나누고, 소개를 하는 게 힘든 점이 많습니다. 유명한 연구자나 교수님들을 보면 아무래도 인사를 나누고, 소위 네트워킹을 하고 싶은 맘이 있긴 합니다만, 그게 쉽지 않고, “아, 나 네 페이퍼 읽었는데 좋아서. 나는 누구야.” 정도의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오는 정적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몇년 전만 해도 학회에 가는게 싫었습니다. 나빼고 나머지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얼마전부터 그 두려움이 조금 극복이 되었고, 좋은 결과도 얻어서 그 방법을 공유할까 합니다.

제 방법은 “큰 질문 가져가기”입니다. 학회에 가기 전에 아직도 제대로 풀려있지 않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 중에서, 앞으로 풀었으면 하는 문제를 곰곰히 생각해보고, 관련된 페이퍼를 읽어봅니다. 그리고, 학회에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에 가장 근접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누굴까 생각을 해둡니다. 그리고, 학회에 가서는 그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그 문제에 대해서 질문합니다. “나는 XX에 XX입니다. 제가 이런 문제를 풀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렇게 간단한 인사와 함께 질문을 드리면, 제가 해당 문제에 대해서 미리 고민을 해봤기 때문에, 그 대화 자체도 흥미롭고, 답을 얻을 때도 있으며, 혹은 답을 모르더라도 그 사람이 생각할 때 답을 알 것 같은 사람을 소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저를 데리고, 제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대가에게 저를 소개해주시며, 이 친구가 이 문제를 풀려고 하는데, 너가 제일 잘 알 것 같아서 데려왔다며 3자 대화를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한 대화 중에 문제가 조금 진화하는 경우도 생기고, 문제를 풀어 나가는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도 생길 수 있고,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는 문제풀이 방향에 대한 서베이도 끝날 수 있습니다. 보통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아직 논문으로 나오기 전인 경우가 많으므로, 아주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셈이지요. 게다가 아주 운이 좋으면, 펀딩을 제공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에게도 한 번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공동연구자를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문제가 그닥 사람들의 관심을 못끈다는 것을 알게되면, 그닥 중요한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것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문제를 수정하기도 해야겠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에게 “XX의 XX라는 친구가 XXX 문제를 풀고 있다던데” 하는게 소문이 날 수도 있습니다. 학회 후에 가끔 그 당시 질문했던 사람들로 부터 관련 논문이나 홈페이지를 소개 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가 굳이 다가가서 정보를 찾아와야 하는게 아니라, 정보가 저를 찾아오게 되는거죠.

무엇보다도, 학회에 가는게 무척 재밌어집니다. 누구에게 잘보이고 싶다는 의도가 아닌, 공부하러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학회를 가면, 무척 재밌습니다. 그렇게 공부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면, 소위 말하는 네트워킹를 더 잘하게 되는 것도 같습니다.

혹시, 다른 방법이나 첨언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다른 방법도 배우고 싶습니다.

Originally posted on Facebook

Written on November 26, 2014